검색엔진이 답변하는 방식을 바꾸는 동안, 브랜드는 고객의 질문을 듣고 있을까?
검색엔진 최적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어떤 기술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곧이어 그것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몇 년 전에는 구조화 데이터와 리치결과가 그랬고, 최근에는 AI 검색과 GEO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은 분명 중요합니다. 저 역시 검색엔진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변화가 기업의 마케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기술들을 적용하고 있을까요?
얼마 전 NAVER는 검색결과의 UI/UX를 개편하면서 HowTo 전용 검색결과의 노출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FAQ 구조화 데이터의 검색결과 노출도 종료했죠. Google 역시 2023년부터 FAQ와 HowTo 리치결과를 축소하거나 종료해 왔습니다.
한때 SEO 실무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기능들이 하나둘 검색결과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검색결과에서 질문과 답변을 보여주던 특정 형식은 사라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검색엔진에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AI 검색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짧은 키워드 대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궁금한 내용을 대화하듯 물어볼 수 있게 됐습니다.
검색엔진이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하는 방식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떨까요?
브랜드는 여전히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 설명하는 데 익숙합니다. 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강조하며, 경쟁사보다 좋은 이유를 알리는 데 많은 자원을 사용하죠.
물론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전달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객이 왜 지금 검색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을까요?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검색하는데, 브랜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검색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마케터들이 이 간극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검색엔진은 왜 질문과 답변을 보여주기 시작했을까요?
지금은 익숙하지만 검색결과가 처음부터 다양한 정보를 보여줬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검색결과는 주로 제목과 URL, 간단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사용자는 어떤 페이지에 필요한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야 했습니다.
검색엔진은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웹페이지에 담긴 정보를 검색결과에서 직접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상품의 가격과 평점, 레시피의 조리 시간, 영화 정보처럼 문서 안에 들어 있는 특정 정보를 검색결과에 표시하는 방식이었죠. 우리가 흔히 리치결과(Rich Results)라고 부르는 기능입니다.
여기에는 Schema.org를 비롯한 구조화 데이터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웹사이트가 특정 정보의 의미를 정해진 형식으로 설명하면, 검색엔진이 이를 활용해 검색결과를 조금 더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었으니까요.
FAQ와 HowTo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활용됐습니다.
FAQ는 사용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과 답변을 검색결과에 보여줬고, HowTo는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죽 가방의 관리 방법을 검색했다면 웹사이트를 방문하기 전에 필요한 절차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죠.
마케터에게도 매력적인 기능이었습니다.
같은 검색 순위에 있더라도 일반적인 텍스트 결과보다 더 넓은 영역에 정보를 보여줄 수 있었고, 검색 사용자의 시선을 끌 기회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검색엔진은 이러한 표현 방식을 다시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Google과 NAVER에서 나타난 변화
Google은 2023년 8월 FAQ 리치결과를 주로 공신력 있는 정부 및 의료 웹사이트로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9월에는 HowTo 리치결과의 노출 지원도 종료했죠.
2025년에는 일부 구조화 데이터 기반 검색 기능을 추가로 정리했습니다. 사용 빈도가 낮거나 사용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기능을 단계적으로 종료하면서 검색결과를 더 간결하게 만들겠다는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NAVER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26년 7월 FAQ 구조화 데이터의 검색결과 노출 종료를 안내한 데 이어, 10월 15일에는 HowTo 전용 검색결과를 일반 검색결과로 전환했습니다.
이번 NAVER의 발표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웹, 블로그, 카페, 지식iN, 동영상 검색결과의 UI를 통일하고, 주소와 평점, 레시피, 리뷰 등 일부 구조화 데이터의 부가 정보를 간단한 요약 형태로 표시한다는 것이었어요.
한때 검색결과를 풍부하게 만들었던 기능들이 이제는 간결한 형태로 정리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구조화 데이터 자체가 불필요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NAVER도 기존 HowTo 마크업을 제거할 필요가 없으며, 이번 변경이 문서의 수집과 색인, 검색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검색엔진은 왜 오랫동안 제공해 왔던 리치결과를 줄이고 있을까요?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유는 검색결과를 단순화하고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AI 검색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저는 이 변화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질문과 답변을 보여주던 검색결과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질문은 그대로인데, 답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FAQ와 HowTo 리치결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웹사이트가 미리 작성한 정보를 검색엔진이 정해진 형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이죠.
반면 AI 기반 검색은 조금 다릅니다.
사용자가 던진 질문을 해석하고 관련 정보를 찾은 다음, 질문의 맥락에 맞춰 답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검색 시스템마다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기존의 고정된 결과 표시보다 유연한 정보 탐색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VPN 추천'을 검색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공공 와이파이 사용이 걱정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같은 검색어를 사용할 수 있겠죠.
검색어는 같지만 세 사람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다릅니다.
과거에는 검색결과에 표시된 여러 페이지를 방문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 검색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답변을 받은 다음 추가 질문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에서 VPN이 필요할까요?'라고 물었다가, 사용하는 기기와 필요한 서비스에 따라 다시 질문할 수 있는 것이죠.
검색엔진이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는 방식이 확장되면서, 사람들도 검색엔진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단순히 검색 기술이 발전했다는 사실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검색엔진이 이해할 만한 단어를 선택하는 데 익숙했어요. 궁금한 내용을 몇 개의 키워드로 압축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단어를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상황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정확한 질문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대화를 이어가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갈 수 있죠.
검색의 출발점이 키워드에서 상황과 맥락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AI 검색이 FAQ와 HowTo 리치결과를 직접 대체하기 때문에 해당 기능들이 종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Google의 리치결과 간소화는 지금과 같은 AI 검색 경험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부터 진행됐으니까요.
하지만 두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현재의 검색 환경에서 한 가지는 생각해 볼 만합니다.
검색엔진은 사용자의 질문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려 하고 있는데, 정작 브랜드는 고객의 질문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요?
구조화 데이터와 리치결과
- 01페이지의 정보
웹사이트가 작성한 질문·답변 또는 절차
- 02의미를 설명하는 마크업
Schema.org 등의 형식으로 정보 유형과 관계를 표현
- 03검색결과의 표현
지원되는 기능과 정책에 따라 부가 정보를 표시
AI 기반 검색의 답변
- 01사용자의 질문과 맥락
상황·목적·조건을 포함한 질문
- 02관련 정보 탐색
질문을 해석하고 관련 자료를 찾음
- 03맥락에 맞춘 답변 구성
정보를 종합해 답하고 후속 질문으로 이어짐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도입니다. 구조화 데이터는 정보의 표현 형식이고 리치결과는 검색 화면의 기능입니다. AI 검색의 세부 작동 방식은 서비스마다 다르며, 두 흐름은 함께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도식은 리치결과 종료의 원인을 AI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는 지금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마케팅 일을 하면서 자주 마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브랜드는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와 기술력, 품질, 디자인 철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경쟁사와 무엇이 다른지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그런데 고객이 브랜드를 검색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을 검색하는 고객을 떠올려 보죠.
처음 브랜드를 알게 된 사람일 수도 있고, 몇 년 동안 관심을 갖다가 처음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특정 제품의 크기나 소재를 비교하는 사람도 있겠죠. 이미 제품을 구매한 뒤 관리 방법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브랜드와 제품은 같지만 고객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종종 비슷합니다. 브랜드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이야기하고, 디자인 철학이나 새로운 컬렉션의 특징을 강조하는 방식이죠.
물론 이런 이야기도 필요합니다.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첫 구매를 고민하는 고객이 가장 궁금한 것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무거운지, 노트북이 들어가는 크기인지, 오래 사용하면 소재가 어떻게 변하는지, 비슷한 가격의 다른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을 수도 있겠죠.
브랜드는 장인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고객은 가방 안에 자신의 노트북이 들어가는지 궁금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간극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와 고객이 지금 필요로 하는 정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브랜드의 이야기를 포기하고 고객이 궁금해하는 내용만 전달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마케팅은 그 둘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고객이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와 연결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연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Context입니다.
브랜드가 전하는 가치
장인정신
소재와 디자인 철학
오랜 역사와 품질
고객이 묻는 질문
얼마나 무거울까?
내 노트북이 들어갈까?
오래 쓰면 어떻게 변할까?
소재의 특성을 실제 무게와 사용감으로 설명하고,
크기와 수납 정보를 고객의 일상에 맞춰 보여주기.
본문의 가방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설명입니다.
Context는 키워드 뒤에 있는 사람의 상황입니다
SEO를 이야기할 때 검색 의도(Search Intent)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사용자가 정보를 찾고 있는지, 특정 웹사이트로 이동하려는지,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지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검색 전략을 수립할 때 유용한 기준이죠.
하지만 저는 검색 의도만으로 고객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검색어를 사용하더라도 고객이 처한 상황과 경험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수기 렌탈'이라는 검색어를 생각해 볼까요?
이사를 앞둔 사람이 검색했을 수도 있고, 결혼을 준비하는 신혼부부가 검색했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 정수기의 약정이 끝나 새로운 제품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겠죠. 어린 자녀가 생기면서 물의 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사람일 수도 있고요.
검색어만 보면 모두 같은 고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사를 앞둔 사람은 설치 일정과 이전 설치 조건이 궁금할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는 월 이용료와 장기적인 유지 비용을 비교할 가능성이 있고, 재렌탈을 고민하는 고객은 기존 계약의 해지 조건이나 신규 가입 혜택을 확인하고 싶을 수 있겠죠.
고객은 같은 검색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Context는 바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고객이 지금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무엇을 경험했고 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는지, 그래서 왜 지금 검색하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죠.
검색어는 고객의 생각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하지만 검색어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마케팅에서 키워드보다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고객이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단어를 선택하게 만든 경험과 상황을 함께 이해해야 비로소 고객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AI 검색의 발전은 이런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검색 시스템은 그 맥락을 활용해 답변을 구성하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 역시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을 조금 더 깊게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검색어 “정수기 렌탈”
- 이사를 앞둔 사람
- 지금 필요한 정보설치 일정과
이전 설치 조건 -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
- 지금 필요한 정보월 이용료와
장기 유지 비용 - 약정이 끝난 사람
- 지금 필요한 정보기존 계약 해지 조건과
신규 가입 혜택
본문에 등장하는 상황의 예시입니다. 검색어만으로 개인의 상황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느라 고객의 질문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번 NAVER의 변경을 보면서 구조화 데이터의 역할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구조화 데이터는 웹페이지에 담긴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검색 시스템에 설명하는 기술입니다. 상품명과 가격, 리뷰, 작성자 정보처럼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내용을 기계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돕죠.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기술이고,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SEO나 GEO 전략을 이야기할 때면 구조화 데이터 자체가 마치 검색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경쟁력처럼 소개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어떤 스키마를 얼마나 많이 적용했는지, 몇 개의 구조화 데이터 항목을 추가했는지가 프로젝트의 중요한 성과처럼 표현되기도 하죠.
물론 기술적 구현이 부족한 사이트라면 이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구조화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콘텐츠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품 상세페이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상품명과 가격, 브랜드, 재고 상태를 구조화 데이터로 정확하게 표현했습니다. 검색 시스템이 제품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준비를 마친 것이죠.
그런데 정작 고객이 구매 전에 궁금해하는 내용은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어떤 상황에 적합한 제품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면 어떨까요?
구조화 데이터가 그 질문에 대신 답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구조화 데이터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대신 만들어 주지는 못하니까요.
먼저 고객의 질문을 이해하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검색 시스템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일 것입니다.
Google 역시 구조화 데이터가 실제 페이지의 콘텐츠와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사용자에게 보여주지 않는 정보를 마크업에만 추가하거나, 실제 콘텐츠와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고 설명하죠.
이런 점을 생각하면 구조화 데이터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콘텐츠의 가치를 대신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가 가진 정보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해봤으면 합니다.
우리는 고객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해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기술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요?
FAQ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을 남겨야 할까요?
FAQ와 HowTo 리치결과가 종료됐다고 해서 해당 콘텐츠까지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질문과 답변을 다루는 콘텐츠가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그 질문에 답하는 정보도 계속 필요할 테니까요.
다만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일부 사이트에서는 검색결과에 더 많은 정보를 노출하기 위해 FAQ를 추가했습니다. 질문과 답변을 작성하고 구조화 데이터를 적용해 리치결과를 확보하려는 방식이었죠.
이제 전용 리치결과가 사라진다면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FAQ는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정보일까요?
HowTo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색결과에서 단계별 안내가 더 이상 제공되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여전히 제품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방법을 찾습니다.
전용 검색결과가 사라졌을 뿐,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질문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고객이 자주 묻는 질문은 단순히 검색 키워드의 목록이 아닙니다. 고객이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고객센터에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문의를 살펴보면 브랜드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품 리뷰나 커뮤니티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불만은 브랜드가 생각하는 제품의 장점과 실제 사용 경험 사이의 차이를 보여줄 수도 있겠죠.
이런 정보를 모아보면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집니다.
어떤 키워드에 대응하는 페이지를 추가할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고객이 어떤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제품을 처음 이해하는 순간부터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구매를 결정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까지 말이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서로 연결한다면 자연스럽게 사이트의 정보 구조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고객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출발한 Information Architecture라고 생각합니다.
검색엔진을 위한 카테고리와 내부 링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일이니까요.
검색엔진보다 먼저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
SEO와 GEO에는 분명 기술적인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검색엔진이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정보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검색 환경의 변화에 맞춰 사이트를 개선해야 합니다.
저 역시 이런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은 결국 고객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새로운 검색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무엇을 바꿔야 할지 고민합니다. 알고리즘이 달라지면 영향을 분석하고,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최적화 방법을 찾습니다. 구조화 데이터 정책이 변경되면 마크업을 검토하고, AI 검색이 확대되면 GEO 전략을 이야기하죠.
모두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검색엔진이 왜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검색엔진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발전해 왔습니다. 물론 플랫폼의 사업적 목적이나 기술적인 제약도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변화가 오직 사용자만을 위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답변을 얼마나 잘 제공하는지는 여전히 검색 서비스의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검색엔진은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데, 마케터는 검색엔진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키워드를 사용해야 할지, 어떤 구조화 데이터를 추가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AI 검색에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말이죠.
물론 이런 고민도 중요합니다. 다만 그에 앞서 고객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고객은 왜 지금 검색하고 있을까요?
어떤 경험이 그 사람을 검색창으로 이끌었을까요?
그 사람이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NAVER가 HowTo 전용 검색결과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을 때 처음에는 기술적인 변화로 보였습니다. 구조화 데이터의 활용 방식이 달라지고, 기존 리치결과의 일부가 일반 검색결과로 전환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Google의 지난 몇 년간의 변화와 AI 검색의 발전을 함께 살펴보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엔진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계속 달라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며, 때로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전에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고민까지 검색엔진에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색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도 그만큼 다양해진 셈입니다.
마케터에게는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고객이 어떤 키워드를 사용하는지 관찰했다면 이제는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됐는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고객이 처한 상황과 고민을 이해한다면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AI 검색 시대에 마케터가 가져야 할 중요한 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용하는 일도 계속해야겠죠. 하지만 그 기술이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브랜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합니다. 반면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죠.
그 사이에서 마케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저는 두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고객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브랜드의 언어로 전달하는 일이죠. 그 과정에서 검색엔진과 AI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고민을 이해하는 일까지 기술에 맡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검색엔진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겠죠. 지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최적화 방법도 몇 년 뒤에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찾고 있을까요?
저는 앞으로의 SEO와 GEO도 결국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색엔진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검색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행동과 배경, 고민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Context 중심 마케팅의 출발점입니다.